Preppy에서 Lamy 사파리까지..
난 완전 악필이다. 선천적인 악필이란것 있을수 없을 테고 (ㅡㅡ; 날때 부터 글씨를 쓸줄 아는 놈이 있을리 없잔냐..)
급한 성격이 나의 악필에 영향을 줬을 꺼다. 나머지 이유 중에는 글씨를 잘 쓰고 싶은 욕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일 듯 하다. 오히려 영어를 쓰면.. ㅡㅡ; 나름 잘 쓴다. ㅋㅋ
아주 어릴때 부터 펜에 대한 뭔가 로망이 있었다. 파일롯 잉크를 사고 펜대에 펜심을 꽂아서 글쓰는 연습도 해보곤 했지만.. 당시 좋지도 않은 종이에 좋지도 않은 싸구려 펜심을 꽂아 쓰다보면 끓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이내 펜촉은 뭉개져 버렸다. 그리고 좀더 시간이 지나서 용돈이란걸 받고 모아서 뭔가를 사볼수 있을 만한 시점이 되어서 구입한 국산 만년필은.. 악몽 그자체였다. 필통에 넣고 조금만 뛰어 다녀도 잉크는 줄줄 흘렀고, 요즘같은 뺑뺑이 돌리는 잉크통이 아니라 스포이드 같은 고무 잉크통이었는데.. 잉크 넣다가 손이랑 옷이 엉망 되는건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는 만년필은 나와 아무런 연이 없는 그런 구시대 유물이고 덕들만 탐닉하는 그런 물건이었다.
어느날 월급 루팡짓을 하다가 발견한 것이 유니 스타일 핏이라는 멀티 펜이었다. 심은 조금 비쌋지만 까망, 빨강, 파랑의 삼색의 거져 주거나 몇백원 하는 그런 멀티팬을 쓰다가 다크브라운, 다크블루, 오렌지 삼색으로 업무 노트를 쓰는 건 나름 신나는 재미었다. ㅡㅡ;; 월급 루팡짓을 오래 하다보면 어느 순간 특이점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 온 것이 Preppy였다. 이놈은 신세경이었다. 잉크가 새지도 않고 무게도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고, 얇고 멋드러진 흔적을 남기며 흘러가는 느낌은 볼펜의 느낌이 아닌 아주 오래전 내가 느끼고 싶었던 그런 만년필의 느낌었다. 이때 만년필 필기 느낌을 더 살려 보려고... 복면사과라는 노트도 구입하게 되었다. Preppy의 결정적 단점만 아니었다면.. 이놈을 아직도 열심히 썼을지 모른다. Preppy의 무시 무시한 단점은 뚜껑이 헐거워 지면서 빠지고 그덕에 잉크가 나도 모르게 말라 버린 다는 것이다. 필기구란 놈은 가방안에 몇일이고 혼자 있다가 내가 쓰고 싶을 때 꺼내서 똬악 쓰면 글씨가 스르륵 나와야 한다. 뭐 가끔 시간이 좀 오래 되어서 몇번 뺑뺑이를 돌려줘야 할 때도 있겠지만.. 몇번의 뺑뺑이를 돌려주는 수고가 아니라. 꽤 긴시간 동안 뺑뺑이를 돌려야 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가지고 있던 세놈중 하나는 뚜껑이 세로로 금이가서 아예 뚜껑으로써의 역할을 할수 없게되어 완전 분해 당했고, 두녀석중 하나는 뚜껑이 많이 헐렁 거려 걍 방치.. 한녀석은 좀 덜 충격을 받았는지.. 아직은 쓸만해서 계속 쓰고 있기는 하다.
Preppy의 눈앞에 다가온 시한부 생을 감지하고 난 뭔가 저렴하면서도 무난한 Preppy 대용의 만년필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다이소의 단돈 3천원에 EF, F 펜촉을 포함하고 3개의 잉크 카트리지에 컨버터까지 하나더 포함된!!! 무시무시한 가성비의 만년필을 발견!!! F촉은 일반형, EF촉은 hidden 형이다. 3천원짜리에게 뭘 바랄까냐마는... 그냥 무미 건조한 둥글둥글한 디자인이었면 좋았으련만.. 그냥 라미 사파리의 빼박이다.. ㅠ.ㅠ 색상은 라미보다 맘에 드는 올리브 그린. 하지만 히든형의 닙인데도 잉크가 너무 잘 마른다. 뚜껑의 설계와 제조품질이 원본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듯 하다. (이쯤에서 걍 라미를 사야 했었다...ㅋㅋㅋ)
국산 (닙과 컨버터는 독일산) 만원대 만년필도 많았지만.. 너무 올드한 디자인이 싫었다. 그래서 알리를 탐색하다 찾은 것이 KACO라는 브랜드의 만년필.. 이녀석 첨엔 좋았는데.. 가끔 잉크가 줄줄 흐른다. ㅠ.ㅠ. 손꾸락이 시커멓게 변해서 여기저기 묻어서 흰옷을 못입고 다닐 판이었다.
일년전에 시작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뚜벅+KTX+지하철 조합의 출퇴근길이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으로 바뀌어 가방에 둔 만년필들의 수직 방향 충격이 적어서 그런지.. 요즘은 통 잉크가 새질 않는다. ^^ 한동안은 거의 새로운 만년필에 대한 필요성이라던지.. 수집욕이라던지 이런게 없었는데.. 우연히 장터에서 발견한 2018 리미티드 LAMY 올블랙 사파리 틴트케이스판을 누군가 팔고 있었다. ㅡㅡ;; ㅡㅡ;; ㅡㅡ;; 그래 이건 사야해!! 가 발동하고 어느새 내 손안에 만년필이..
뚜껑을 똬악 열면 카트리지가 들었지만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깜상 사파리, 카트리지 하나더, 그리고 컨버터, 마지막으로 카트리지 5개가 보인다. 속을 싹둑싹둑 잘라서 필통을로 써야 하나? 딸님이 발견하면 지 달라고 난리할거 같다.
저 갈색 종이는 새거라는 표시다. 저걸 빼야지 몸체를 완전히 돌려 잠글수 있다.
역시다.. 돈을 좀 더 줬더니.. 마감이 깔끔하다. 췟.. 앞에 설명한 만년필들 죄다 안샀으면 사파리 두개 샀을 껀데 말이다. ㅋㅋ
깜장 EF촉이다. Preppy는 파랑 촉의 페인팅이 벗겨져서 싹 벗겨 버렸었는데.. 이건 얼마나 갈려나.
Mi 10 Lite의 접사... ㅠ.ㅠ 이딴걸 뭐하러 넣어 놨는지 모르겠다. 기본 화각으로 촬영하고 확대하는게 훨 낫다.
V50으로도 찍어 봤다.... (요건 좀있다.. 구입썰이랑 사진 평가르 해봐야지)
내 가방에 들어가있던 세 녀석과 신참의 샷.. Preppy, 다이소 3000, KACOgreen Retro, LAMY Safari 순이다.
위의 사진의 순서대로 쭈욱 써봤다. 앞의 세녀석은 Sheaffer 잉크이고 마지막은 라미 사파리 카트리지에 들어 있는 잉크이다. 신참은 좀 써서 길을 들여야 하고 고참들은 역시나 Preppy와 KACO가 여리여리 하게 잘 써지고 다이소 녀석은 지나치게 잉크를 뿡뿡 뿜어낸다. 저녀석은 잉크를 너무 먹고 덕분에 뒤로 너무 잘 번진다.
좀더 써봐야 되겠지만.. 문득 구글신이 보여주신 LAMY Safari 2021 Savannah Green이 이뻐 보인다.